[홍콩 레옹] 귀신잡는 레옹 주성치 (유진위 감독 回魂夜 Out Of The Dark 1995)

2008. 2. 23. 10:39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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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와 한국영화 시장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홍콩 레옹>이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回魂夜>(회혼야)이다. 호러 냄새 폴폴 풍기는 유진위 스타일의 이 영화가 <홍콩 레옹>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주성치식 패러디로 받아들이게 된다. 과연 이 영화에는 어떤 마력이 숨어 있을까? 1995년 홍콩 박스오피스 결과를 잠깐 살펴보자. 성룡의 <홍번구>56백만 HK$를 벌아 그 해 흥행 톱이 될 때 주성치 영화는 꽤 많이 순위에 올랐었다. <百變星君>(홍콩 마스크)3, <서유기 월광보합>8, <서유기 선리기연>10위를 차지했었다. 그리고, 이 영화 <회혼야>21위에 랭크되었다. 뤽 베송 감독의 신나는 액션물 오리지널 <레옹><這個殺手不太令>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어 그해 홍콩 박스오피스 13위를 차지했었다.

 

주성치 등장 패러디 영화를 논할 때는 주성치의 원맨쇼 스타일을 먼저 논하는데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감독 유진위의 요소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 듯하다. 이미 <맹귀학당>시리즈로 듣도보도 못하던 새로운 스타일의 귀신물을 만들기 시작하던 유진위는 일찍이 주성치를 데리고 <도성>이라는 뒤집어지는 코믹 갬블링 무비를 만들어내었다. 주성치 팬들이 가장 아끼는 <서유기> 두 편의 각본과 감독이 모두 유진위의 솜씨이다. 유진위는 일찍이 영국 유학 갔다 와서 넥타이 직장생활 얌전히 하다가 어쩌다가 영화 각본을 쓰게 되고 영화판에 뛰어들었었다. 그가 관여한 영화들은 홍콩의 컬트 팬들이 상당히 좋아하고 아낀다. 왕가위와 함께 동사서독-동성서취를 나란히 만들었고, 지금은 함께 천하무쌍을 찍고 있다.

 

유진위 스타일은 홍콩 전통의 귀신 이야기에 아주 황당한 상황 설정을 가미하여 영화팬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출연배우들의 얼굴 표정은 때때로 석고로 만든 데드마스크처럼 정지화면이 되어버리고 돌발대사와 돌출 행동이 이어진다. 그러한 각본의 매력은 주성치라는 희대의 코미디언을 만나면서 극대화된다. 그리고, 이력지나 황일비같은 주성치 영화의 감초들이 이에 장단을 맞춰 기상천외한 애드립을 선사한다. 그러한 절묘한 코미디 코드에 편승하게 되면 이 영화의 묘미를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한순간 이 영화의 뒷배경을 놓치거나 출연 캐릭터의 특성을 단순화시켜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 영화가 정말 못 만든, 형편없는 홍콩 귀신영화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홍콩 레옹>은 홍콩의 한 주상복합건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홍콩에 가보면 아파트와 상가가 함께 있는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아파트에도 위층은 아파트이고, 아래층은 보석가게 등 각종 상가가 있다. 사건은 이 곳에서 펼쳐진다. 고부간의 갈등 끝에 할머니가 떨어져 죽었고 그 아들과 며느리는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어쩜 이들이 할머니를 밀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불효를 뉘우치며 향을 사르고 지전을 태우며 '회혼야'를 준비한다. 회혼야가 뭐냐고? 이 영화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홍콩 전통 장례의식이다. 이 아파트에는 또한 실연당한 막문위가 있다. 그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중경삼림>의 왕페이처럼, 혹은 <타락천사>의 그 자신처럼 자폐 세계에 갇혀있다. 죽은 할머니가 나타나고, 정신병원의 주성치가 갑자기 레옹처럼 나타나서 고스터버스터가 된다. 그 활약상에 막문위는 반해서 마틸다가 되어 그를 따른다. 아파트의 모든 경비원들이 레옹 주성치를 따라 귀신사냥에 나선다.

 

영화는 줄거리를 따라 잡기 힘들만큼 황당한 면이 있다. 그것은 기존의 귀신영화와 <톰과 제리>에서나 볼 수 있는 만화 스타일의 개그가 뒤섞여 불협화음을 내거나, 혹은 전혀 뜻밖의 이미지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죽은 할머니의 등장? 이것은 '회혼야'의 의식이다. 중국의 喪禮를 보면 회혼야라는 것이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은 사람이 죽은 후 몸에서 분리되어 나가는 GHOST()()으로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세 개의 혼과 여섯 개의 백(三魂六魄)이 있다고 여겼다. 고대 陰陽家에서는 사람이 죽고 나서 혼은 하늘 위로 올라가고, 백은 땅 밑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죽은 시간(天支-地支)에 따라 이들 혼백이 빠져나가는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일단 빠져나간 혼백이 일정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이때 이들 혼백을 모시는 음식을 준비해두면 귀신은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자신의 집과 가족을 보고는 이승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귀신이 왔다간 흔적은 재나 횟가루에 살짝 남게 된다고. (어릴 때 제사에 참가해본 사람은 왜 음식을 집 앞 문에 놓아두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리고 한때는 진짜 귀신이 와서 먹는 줄 알았다!) 귀신이 돌아오는 밤을 '회혼야'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억울하게 죽은 것으로 사료되는 할머니가 돌아와서 소동을 벌이는 것이나, 못된 아들과 못된 며느리가 죽어서 펼치는 것도 이러한 육신과 분리되는 혼백의 존재에 대한 중국인의 믿음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다.

 

물론, 이러한 유진위 스타일의 귀신이야기가 주성치의 오소독스 한 황당 코미디와 조화를 이루었는지 안 이루었는지는 당신이 주성치 팬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박재환 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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