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자작나무숲 뱀파이어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 Let The Right One In, 2008)

2017. 8. 19. 21:55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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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7-08-08) 오늘밤 12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영화는 한여름 밤에 잘 어울리는 납량물이다. 그렇다고 <월하의 공동묘지>는 아니다. 백야의 나라 스웨덴에서 날아온 뱀파이어 이야기이다. 바로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2008)이다.   

<렛미인>은 스웨덴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작가가 직접 각본을 썼고, 스웨덴의 신예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었을 뿐더러, 작년 박소담 주연의 연극으로 만들어져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재미있거나,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밤, 정말로 눈이 소담스럽게 펄펄 날리던 날, 12살 소년 오스칼이 사는 아파트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온다. 아버지와 딸 같아 보인다. 오스칼은 학교에서 왕따 신세이다. 급우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화장실까지 따라와 “돼지같이 꿀꿀 대봐”라고 놀리고 학대한다. 오스칼이 할수 있는 것이라곤 밤에 몰래 숲속에 가서 나이프로 누군가를 찔러대며 복수의 시늉만 하는 것일 뿐. 그런데, 이웃에 이사 온 창백한 얼굴의 소녀 이엘리를 만나게 된다. 이엘리는 뱀파이어였다. 아버지인줄 알았던 사람은 이엘리를 위해 피를 구하는 연인이었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가고, 이엘리는 피를 마셔서인지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 조용하던 이 마을에 기이한 살인사건은 계속 되고 오스칼은 이엘리의 정체를 알게 된다. 놀림만 받던 외로운 소년과 살기 위해 피가, 살인이 필요했던 소녀, 그들의 슬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유럽 스웨덴이라 하면 복지국가이고, 학교 교육은 창의적이며, 영화는 ‘잉마르 베리만’ 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렛 미 인>은 이 모든 것을 뒤엎는 작품이다. 소년은 집에서, 학교에서, 공동체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통 받는 존재이다. 소녀는 ‘토르’의 신화라기 보다는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설을 읽은 사람도, 영화를 본 사람도, 연극을 본 사람도, 오늘밤 KBS 독립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만날 사람도 똑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누군가 도움을 줄 짝이 필요한 것이고, 그 짝은 자신의 영혼을 다 넘겨줄 만큼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소년과 소녀가 어떻게 될까. 성장영화도, 로맨스도, 호러도 핏빛 미스테리만 남긴다.   

참, 2010년 헐리우드 리메이크 <렛미인>을 만든 사람은 맷 리브스 감독이다. 곧 개봉하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그 감독이다. (박재환) 

 

* 2007년 8월 8일 KBS 독립영화관 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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