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따는 법] 소년, 최강의 복수 (김광빈 감독 2016)

2017. 8. 19. 21:5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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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7월) 13일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23일까지 다양한 장르영화의 축제를 펼친다. BIFAN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시간에는 ‘판타스틱 단편선’이 방송된다. 작년 BIFAN 단편작품상을 수상한 <자물쇠 따는 방법>(감독 김광빈)을 비롯하여 <서울의 달>(감독 양익제), <비제이핑크>(감독 김혜영), <은희>(감독 윤서현) 등 BIFAN을 통해 소개된 작품이 시청자를 찾는다.

 

김광빈 감독의 <자물쇠 따는 방법>은 20분의 짧은 영화지만 충분한 드라마와 재치 넘치는 대반전이 영화팬을 즐겁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른바 달동네. 11살 소년 명진의 삶은 녹록지 않다. 아버지는 없고 엄마가 ‘사장님’에게 하는 행실이 못마땅하다. 그리고 얹혀사는 (외)삼촌은 전형적인 백수다. 골목길에서 여고생 누나가 보이자 황급히 달아난다. 명진은 줄곧 삼촌에게 자물쇠 여는 법을 알려달라고 조른다. 끈적거리는 사장님(오달수!)이 마을에 나타났다. 오늘도 어머니랑 놀 모양이다. 사장아저씨가 인심 쓴다고 지갑을 꺼낸다. 하필이면 5만원짜리뿐. 사장아저씨는 어쩔수 없이 명진에게 5만원을 용돈으로 준다. 학교에선 담임선생님이 줄톱을 갖고 온 명진을 타이른다. 그런데, 선생님은 자신의 지갑이 없어졌다고 명진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 고달픈 하루를 보낸 명진이 집으로 오는 골목길. 일진 누나에게 붙잡힌다. 그리고 5만원을 빼앗긴다. 일진 누나는 아지트 삼는 빈집의 장롱 속 깡통에 ‘삥 뜯은 돈’을 보관하고 있다. 자물쇠를 채우고 말이다. 명진은 오늘도 삼촌에게 자물쇠 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명진의 삼촌은 제대로 가르쳐 줄까. 명진은 그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까. 김광빈 감독의 <자물쇠 따는 방법>은 보는 어른이 다 미안할 정도의 대반전을 마지막에 선사한다.

 

김광빈 감독의 <자물쇠 따는 방법>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달동네 편모슬하의 가난한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배우고, 어떻게 타락해 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엄마도, 사장도, 삼촌도, 담임 선생님도, 동네 (일진) 누나 형들도, 그 어느 누구도 명진에게 세상을 올바르게 살도록 가르치지도 않고, 모범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명진은 우리가 몰랐던 눈을 가졌고,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관객들은 명진이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었다면 그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해질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사장아저씨와 드라이브를 나갈 것이고, 삼촌은 백수로 방구들을 긁을 것이고, 일진들은 그 다음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그 달동네는 재개발될지도 모를 것이고, 사람 떠난 그 마을에는 길고양이가 갑자기 많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 이야기. <자물쇠 따는 방법>은 단편영화 특유의 재미와 대반전이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어설픈 사장 역에 오달수가 특별출연하고, 소년 명진을 노강민이 연기한다. 오늘밤 12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박재환)

 

[2017년 7월 18일 KBS독립영화관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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