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파 남편의 편지] "믿습니까?" (최위안 감독, 2012)

2017. 8. 16. 08:44한국영화리뷰

반응형

KBS독립영화관 2014년 11월 9일 방송분리뷰

 

일요일 새벽 1시 5분에 KBS 1TV에서 방송되는 ‘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팬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조금은 발품을 팔거나 손가락 수고를 해야만 볼 수 있는 충무로 영화나 단편영화들, 그리고 가끔 해외의 저예산 인디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 밤(9일 새벽 01시 05분)에는 ‘낭만파 남편의 편지’라는 작품이 소개된다.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작년 아주 잠깐이지만 극장에도 내걸렸던 한국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문서적 번역가로 수많은  작품을 한글로 옮겼던 소설가 안정효가 1995년에 쓴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도 독특하지만 최위안 감독은 더 독특하게 영화를 완성시켰다.  

 

작품은 경기도 부천의 한 작은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젊은 부부의 다소 맹랑한 ‘힐링 시도’시도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결혼한 지 9년 되었고 둘 사이에는 유치원 다니는 딸애가 하나 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이들 부부에게 지독한 권태감을 안겨준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 때문에 절망에 빠진 남편은 잃어버린 과거의 낭만을 되찾기 위해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설렘을 주기 위해 익명으로, 한 문장마다 신중하고도 진심을 담아 사랑을 담아서. “두 번째 결혼생활을 해 봅시다.” 그리고 계속 편지를 보낸다. “아파트에서 보는 당신의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고. “다시 젊음을 찾는 사랑을 해 보자”고. 그런데 이런 편지를 받은 아내의 반응은 뜻밖이다. 그 편지가 남편이 보낸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하고, 혼자서 누군가가 자신을 일상의 권태에서 구원해주기 위해 보낸 것이라 생각한다. 발신자 없는 편지가 거듭될수록 아내는 남편 몰래 작은 희열을 느낀다. 남편은 반응이 전혀 없는 아내에게 다시 절망한다. 남편은 아내를, 그 아내는 그 남편을 사랑할까. 메아리 없는 편지, 중산층의 9년차 부부가 위태롭다.  

 

안정효는 한때 충무로 영화판에서 인기가 있던 소설가였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1991)와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가 그의 작품이다. 그가 1995년에 쓴 중편소설 ‘낭만파 남편의 편지’가 오랜만에 영화화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위태로운 부부의 섬세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동의어 반복을 통해 독창적인 언어유희를 구사했다. 영화에서도 남편과 아내는 영화의 대부분을 내레이션으로 처리한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동어반복 등 언어유희를 통해 캐릭터의 심리상황을 묘사한다.  

 

영화 ‘낭만파..편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무대의 독특함이다. 연극무대 한 곳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다고 연극 작품을 통째로 필름에 옮긴 것은 아니다. 13평에 불과한 좁은 연극 무대에서 아주 제한된 연기자들이 출연하여 각자의 연기를 마치 연극적으로 해낸다. 이곳이 바로 부부의 침실이 되었다가, 거실이 되고, 지하철 개찰구가 되고, 북카페가 되고, 아파트 앞 분리수거장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단지 천만원의 제작비로 7회차 촬영으로 완성하였다고 한다.

 

문자메시지와 카톡이 소통의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 ‘우표 붙은 편지’가 전해주는 낭만적 부부이야기가 오히려 위태롭다.

 

감독: 최위안 출연:김재만(남편), 신소현(아내), 박완규(남편/내레이션) 11월 9일(일) 1시 5분 (박재환)

 

012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