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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공주,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본문

한국영화리뷰

[리뷰] 한공주,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4.04.29 20:05

 

 

 

"나라 같지도 않은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세월호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10년 전(2004년) 밀양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여중생 성폭행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를 보고 나서, 아니 보면서 줄곧 머리에 떠오르던 말이다. 애비가 애비 같지 않고, 에미가 에미 같지 않고, 학교가 학교 같지 않고, 경찰이 경찰 같지 않고, 나라가 나라 같지 않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서글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밀양성폭행사건이란 당시 14살이었던 한 여학생을 수십 명의 남학생들이 1년 동안 유린하고, 영혼을 황폐화시켰던 사건이다. 동영상 찍고 협박하고 여동생, 사촌언니까지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그놈들 다 감옥 갔냐고? 정의가 실현되었냐고? 이야기했잖은가. 여긴 나라 같지도 않은 대한민국이라고.

 

“잘못한게 없는데 왜 도망 다녀야 해요?”

 

영화가 시작되면 선생님이 한 학생-한공주-의 전학과정을 돕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학생을 받아들이는 학교가 없단다. 당분간 학생은 선생의 어머니 집에 기거하며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살 것이다. 선생의 어머니는 이 학생이 무슨 사고를 쳤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애라도 가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여학생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숨겨진 과거가 조금씩 플래시백으로 펼쳐질 때마다 관객은 연민과 공포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학생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단짝친구가 못된 남학생 무리와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야기는 조금씩 끔찍한 사건으로 다가간다. 못된 친구들이 한공주를 겁탈한다. 윤간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한공주는 전학 온 학교에서 죽은 듯 지낸다. 단지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다. 왠지 모르겠지만 절박하게. 한공주의 노래를 우연히 들은 새 학교의 친구들이 한공주를 노래써클에 끌어들인다. 한공주는 조용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친구들은 한공주의 목소리에 반한다. 친구 하나가 스마트폰을 꺼내 한공주의 노래 부르는 장면을 찍는다. 순간 한공주는 벌컥 화를 낸다. “찍지 마”라고. 한공주가 왜 화를 내는지, 왜 이곳으로 도망 왔는지. 그리고, 이곳에서도 왜 또 도망가야 하는지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관객의 분노지수를 급격히 높인다.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한공주의 끔찍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으면 위키피디아에서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항목을 찾아보기 바란다.(▶위키피디아)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끔찍한 사건이 그 땅에서 벌어졌었다. ‘집단 성폭행, 구타, 공갈협박, 금품갈취, 강도, 강간, 폭력사건’이다. 가해자와 공범자는 100명 이상에 이른다. 그리고, 사건 뒷이야기도 널리 알려졌다. 안이한 대처, 경미한 처벌, 관대한 판결, 그리고 순식간에 망각되는 사건으로. 믿을 수 없는 사연은 영화에서도 재현된다. 한공주에게 줄기차게 ‘합의서’를 요구하는 어른들. 그런데 실제 아버지란 작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감독은 피해자에겐 너무나 잔인했던 기억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주위사람들에 의해 환기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새 학교에서 어렵게 사귄 친구 은희(정인선)가 “키스 해봤어? 누구랑? 첫사랑이랑? 몇 명이랑?”이라고 묻자 한공주는 “마흔”이라고 말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은희는 “날라리!”라고 말한다. 그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더라면. 한공주는 살기위해 수영을 배우겠다고 하자 서클친구들이 서로 자기가 가르쳐주겠다며 “내가 일빵” “난 이빵” “난 삼빵”으로 가르쳐주겠노라고 재잘거린다. 그 장면은 윤간당하는 장면과 연결될 것이다. 늑대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믿을 수 없는 장면! 이 모든 충격적인 장면은 영화 막판에서 친구들이 모여앉아 어떤 동영상을 보는 장면, 오직 끔찍한 고통의 비명의 소리만이 들린다. 관객마저 하늘이 노래질 것이다.

 

영화에서 한공주는 수영을 배우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 봐.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한공주는 국회의사당이 바라다 보이는 다리에서 뛰어내린다. 아무도 한공주를 도와주지도, 보호해주지도 않았다. 한공주는 죽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맘이 바뀌어 살고 싶었을지 모른다. 한공주는 한강을 헤엄쳐서 큰 바다로 나가 귀신이 되어라. 그래서, 복수를 하거라.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거라. 이 땅에 잘못 태어난 죄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선거를 한 달 쯤 남겨놓고 영화시사회에 참석했었다. 같은 밀양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돈 크라이 마마'란 영화였다. 당시 박 후보는 영화를 보고난 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을 엄벌하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조속히 치유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단다. 믿.고.싶.다. (박재환, 2014.4.29.)

 

한공주 (2014년 4월 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이수진
출연: 천우희(한공주 역), 정인선(은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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