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영원으로] 군인,개같이 죽다

2008. 2. 19. 21:00미국영화리뷰

반응형


[Reviewed by 박재환 2003-3-12]
  영화의 배경은 1941년 여름부터 얼마 동안이다. 정확히는 이등병 프로이스(Robert E. Lee "Prew" Prewitt: 몽고메리 크리프트)가 하와이 진주만의 스코필드 막사로 전속되어와서는 일본의 진주만폭격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영화 <진주만>을 본 사람이라면 그 날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이다. 일본의 전투기들은 수만 마일을 몰래 날아와서는 천하태평인 미국 해군기지를 초토화시켜버린다. 그 날 이후 미국은 발끈하여 태평양 전쟁에 나선 것이다. 그럼, 그 날 그 곳, 그 미군부대에는 어떤 군인들이 있었을까. 유럽에는 나찌 히틀러에 의해 유럽천지가 포연에 싸이고, 아시아아는 일본 제국주의 때문에 신음하던 그 때가 아닌가. 하지만 하와이의 미국인은-정확히는 하와이 주둔 미군은 최고의 안락함을 누리고 있었다.

  아마, 군대 갔다온 사람은 바로 느끼겠지만 (물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른다!) 군대가 이루 말할 수 업이 편하기만 하면 어떤 부조리가 생기는지 알 것이다. 그 남는 시간에 쓸데없이 고참이 하급자를 못 살게 군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부정적 군대가 정직하게 그려진다. 이등병 '프루'는 왕년의 영내 챔프. 하지만 복싱을 하다 상대의 눈을 멀게한 후 두 번 다시 글러브를 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왕년의 주먹왕을 부른 부대 지휘관인 홈스 대위는 그에게 권투를 하라고 강압한다. 시합에 나가 우승을 하면 자기 부대 점수가 올라가고 자신은 승진할 것이니 말이다. (군대에는 그런 면이 있다! 사격 잘한다고 휴가 보내주고, 전투화 잘 닦았다고 특박 보내주고, 모포 잘 개어놓았다고 상 주는 게 평화시의 군대모습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굳은 맹세를 한 프루에게 돌아오는 것은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합법적 얼차례와 군기잡기의 연속이다. (어떤 식으로 한 영혼을 갉아먹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가장 비열하고 가장 비인간적으로 하급자를 다룬다)

  그런 프루에게 단 하나의 전우가 있었다면 마지오(프랭크 시나트라). 마지오는 프루의 '진짜 남자다움'에 친밀감을 느끼고 주말이면 함께 술 마시러 영내를 나간다.

  프루를 유심히 지켜보는 또한 사람은 영내 안방주인 격인 워든 상사(버트 랑카스트). 그는 프루를 무지막지하게 대하는 중대장 홈스가 무지 싫지만 계급사회인 군대이니 별수 없잖은가. 게다가 워든은 중대장의 와이프 카렌(데보라 카)을 사랑하게 되고 둘은 위험한 밀회를 즐기고 있다.

    영화는 프루의 힘든 군대생활과 함께 잠깐씩 찾아오는 천국의 여유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프루는 술집 여자 앨마(도나 리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무식하고 난폭한 영창 하사관 팻소(어네스트 보그나인)에 의해 마지오가 죽자 이야기는 급변한다. 프루는 팻소를 죽이고 탈영한다. 상관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 워든 또한 곤경에 처한다. 이때 일본의 전투기가 진주만을 공습하고 프루는 미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 영화는 당시 톱스타들이 대거 등장하여 올드 팬을 즐겁게 한다. 특히 최고의 스타였던 몽고메리 크리프트와 프랭크 시나트라가 비장한 최후를 맞이한다.

   1953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영화이지만 몇 장면은 아주 유명하여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버트 랑카스트와 데보라 카가 타인의 눈을 피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최고의 키스씬'에 언제나 포함되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프랭크 시나트라를 생각하며 몽고메리 크리프트가 눈물을 흘리며 진혼의 트럼펫을 부는 장면도 명장면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의 문학성은 마지막에 잘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앨마와 사랑하는 사람을 버린 카렌은 나란히 여객선을 타고 하와이를 떠나간다. 사실 두 여자는 서로가 누군지 모른다. 술집 여자 앨머는 눈물을 흘리며 감상적으로 말한다. "나는 두번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거에요. 나의 사랑은 12월 7일 전사했어요. 그는 폭격기 파일럿이엇죠. 그는 급하게 격납고 달려갔지만 일본놈이 그에게 폭탄을 날렸죠. 은성훈장을 받았죠. .. 그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의 이름은 로버트 프루 장군이에요..."

  카렌은 프루의 이름을 안다. 워든 상사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프루가 탈영범이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안다. 하지만 카렌은 처음 보는 여자의 애처로운 거짓말을 듣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지상에서 영원으로>는 1951년에 출판된 제임스 존스의 8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제임스 존스의 <씬 레드 라인>은 테렌스 말릭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전쟁과 군대를 다룬 소설답게 내용은 꽤나 리얼하며 과격하며 속된 구석이 있다고. 특히나 영창 하사관 팻소와 관련된 부분은 많이 순화되었다고 한다. 그는 새디스틱하게 묘사된다고. 마지오가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상상이 간다.

   이 영화는 명작 전쟁드라마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봉당시 흥행성적도 좋다. 1953년 당시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영화 <성의>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번 영화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에서 13개 후보에 올라 8개를 수상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무난히 조연상을 받았는데, 남우주연상은 몽고메리 크리프트와 버트 랭카스트의 표가 나뉘는 바람에 <17포로수용소>의 윌리엄 홀든에게 돌아갔다. 데보라 카의 연기도 괜찮았는데 그해 여우주연상은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 차지였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군대 내부의 비이성적 상하관계, 계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상식적 역학구조, 갈등 구도는 여전히 흥미로운 면이 있다. (박재환 2003/3/12)


From Here To Eternity (1953)
감독: 프레드 진네만 (Fred Zinnemann)
출연: 버트 랭카스터, 몽고메리 클리프트, 데보라 카, 도나 리드, 프랭크 시나트라, 오네스트 보그나인
1954년 8개부문수상 작품,감독,남우조연,여우조연,촬영,편집,음향,각본
원작소설: James Jones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