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오락영화의 달인이 만든 사회드라마

2008. 2. 18. 22:27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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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y 박재환 2002/3/10]
 

국민의 지팡이 vs. 펀드매니저 패륜아

 영화는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서 보았던 거칠고 생생한, '국민의 지팡이'라는 거창한 명분하에 악당, 사기꾼, 부정, 비리와 맞서 싸우는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철중(설경구)은 마약범과 살인범과 하루도 빠짐없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어느날 그가 맞닥친 나쁜 놈은 존속살해범인 유망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이다. 관객은 영화시작 이후 곧바로 이들 두 사람의 본색을 파악한다. <박하사탕>에서의 섬뜩한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설경구에게서는 강력계 형사의 땀냄새가 폴폴 묻어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샤워씬에서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이중적 인간상의 이성재에게서는 '사이코'나 '이중인격자'라는 말이 곧장 떠오를 것이다. 그 동안 연기력에서 왠지 부족한 면을 내보이던 이성재는 이 영화에서 확실한 자신의 카리스마를 번쩍이며 과시한다.

그리고, 요즘 조폭영화나 건달영화, 그리고 양아치 영화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감칠맛을 더하는 것은 조역, 단역의 활약일 것이다. 엄반장 역의 강신일, 초반에 자살하고 마는 기주봉 등 노련한 베테랑에서부터 산수역의 이문식, <신라의 달밤>에서 코믹건달의 진수를 보여준 성지루, 그리고 환타스틱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유해진 등 조연들이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힘입고, 재미있고 박력있게 이끌어간다. 설경구의 연기야 두말할 것 없이 환상적이었다. 아마 <넘버 3>에서의 송강호 이후, 이렇게 인상적인 캐릭터는 드물지않을까 싶다.

패러디, 오마쥬

이 영화를 보는 또하나의 재미는 수많은 영화에서 건져낸 명장면들이다. 설경구와 이성재가 처음 맞닥치는 비오는 밤 골목길. 설경구가 자신의 손에 ddong을 묻혀서 바라보는 장면은 그 자신의 <박하사탕>에서 악질형사로 고문하던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닳을대로 닳은 형사 밑에 순진하고 FM대로 일하려는 신참이야기는 강우석 자신의 <투캅스>의 이야기이다. 강철중의 비리혐의를 잡기 위해 녹음기 들고 쫓아다니는 감사실 요원은 <프라이터너>에서 멀더요원을 희화화시켰던 대머 요원이다. 강철중이 악당을 잡으러 뛰어들었다가 문을 지키던 똘마니를 말 한마디로 쫓아내는 장면은 <더티 해리>시리즈의 하나였던 <써든 임팩트>에서 보스의 화를 잔뜩 돋구어 심장마비로 죽여버렸던 그 장면을 이끌어낸다. 또한 건달 '유해진'(이 배우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부터 튀었다!)이 각종 연장(칼/나이프)을 두고 일장 연설을 하는 장면은 작년 최고의 흥행작품 <친구>에서 가져왔다. 마지막에 동부지검 서태화 검사와 강력반 반장이 핸드폰으로 통화하다가 집어던지는 장면은 <넘버 3>에서 최민석검사의 다름아니다. 그리고, 이성재가 연기하는 사이코 펀드매니저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찬 베일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 이런 무진장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은 당연히 시나리오의 힘이겠지. 크레딧을 보니 원안 구본한에 백승재, 정윤섭, 김현정, 채윤석 네 명이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였다. 구본한이 <텔미 썸딩>이나 <해변으로 가다>의 원안을 맡았었던 것을 안다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범죄적 장면, 하드고어한 스타일을 이해할 만도 하다.

강우석 감독 컴백작

<투캅스> 이후 충무로에서 내리 6년째 파워맨 1위로 손꼽히고 있는 남자가 바로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이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성균관대 영문과 2년 중퇴가 그의 대한민국 정규교육 상황이다. 충무로에 뛰어들어 조감독생활부터 바닥부터 고생하고 88년에 박중훈 주연의 <달콤한 신부>로 입봉(감독데뷔)했다. 이 남자가 직접 감독한 것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89),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91), 투캅스(93), <마누라 죽이기>(94), <생과부 위자료청구소송>(98) 등 모두 열 셋 편이다. 그가 강우석 프로덕션, 그리고 95년 시네마서비스라는 영화사를 만든 후에는 수많은 화제작 흥행작을 직간접적으로 만들어내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사회풍자/블랙코미디 <생과부 위자료청구소송>이 흥행에 실패한 후 흥행감독으로서의 감각이 이제 다한 것 아니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공공의 적> 시나리오를 건네받은 후 다시 한번 감독의 열망을 불태웠고 이렇게 화끈하고 확실하고 멋진 하드고어느와르액션호러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강우석 감독은 의외로 사회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을 알 수 있다. 드러내놓고 사회풍자를 한 것들은 물론이고 그의 초기작품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보면 수업 중에 학생하나가 아주 시니컬하게 잘 먹고 잘사는 사회의 암울함을 떠들어대던 장면이 있었다. 이전에 볼 때는 그것을 치기어린 학생의 한탄쯤으로 보았는데 강우석은 꾸준히 자신의 영화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질책과 절규를 해왔던 셈이다. 제목 때문에 오해받고 있는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도 이러한 의미에서 과소평가받고 있는 사회드라마이다. 파워맨이 된 후 강우석은 이제 다양한 변주로 자신의 특기를 살렸다. 돈내고 보는 관객은 그 영화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펜 들고 한마디 하려는 무리에게는 풍부한 창작의 영감을 보태준 것이다. 그가 오늘날 충무로의 킹이 된 것이 우연인 것이 아니란 것을 확인케하는 영화이다.

  고마 해라. 형이 오늘 시간이 없어 리뷰는 여기서 끝낸다. 아그야...  
 

공공의 적(2002)
 감독:강우석
 주연:설경구, 이성재
 개봉: 2002년 1월 25일
 네이버 영화정보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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